라이칭더 총통의 1년..중국에 "대화할까요?"…대만 국방은 꽉!
2025-05-21 10:13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취임 1주년을 맞은 20일(현지시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 재개 의사를 거듭 피력하는 동시에 대만의 안보와 국방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는 대화의 문은 열어두되, 어떠한 외부 위협에도 단호히 맞서겠다는 라이 총통 정부의 확고한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념 연설에서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의 평화적 발전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며 중국을 향해 대화 테이블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그는 "상호 존중과 대등한 존엄이 보장된다면, 대만은 중국과의 교류 및 협력을 기꺼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하며,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으로 '대등한 관계'를 분명히 했다. 라이 총통은 현재의 봉쇄와 대결 구도를 비판하며, 이를 교류와 대화로 대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경색된 양안 관계를 타개하고 긴장 완화를 모색하려는 대만 측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대화 제안과 함께 라이 총통은 대만의 안보 태세 강화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 전쟁을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역설하며, 강력한 국방력이야말로 대만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방어 역량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라이 총통은 이미 대만의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으며, 이날 연설에서도 국방력 증강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와 함께 라이 총통은 대만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상도 밝혔다. 그는 대만 기업의 해외 진출과 세계 시장 확장을 지원하기 위한 '주권 기금'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또한, 국가 안보와 관련된 중요 사안에 대해서는 초당적인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야당 지도자들에게도 정기적으로 브리핑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며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의 무역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대화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하며 주요 동맹국과의 관계가 원만함을 시사했다.

흥미로운 점은 라이 총통이 이날 공식 연설에서는 양안 관계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하고, 대만의 주권 수호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긴장 완화를 위한 여지를 남겨두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연설 직후 이어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침략자는 평화의 파괴자"라고 언급하며 중국의 일방적인 무력 시위와 압박을 간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측은 라이 총통의 연설에 대해 즉각적이고 강경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천빈화 대변인은 라이 총통의 발언이 대만의 독립을 추구하는 "분리주의적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맹렬히 비난하며, 이는 결국 "실패할 운명"이라고 일축했다. 천 대변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강조하며, 이 전제하에서만 대만과의 대화가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이는 라이 총통이 제시한 '대등한 존엄'을 기반으로 한 대화 제안을 중국이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양안 간의 해묵은 입장 차이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라이칭더 총통의 취임 1주년 연설은 대화와 국방력 강화라는 두 축을 중심으로 대만 정부의 향후 양안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는 중국의 압박 속에서 대만의 안보를 굳건히 지키면서도, 대등한 관계 속에서 평화적인 해법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동시에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대화의 선결 조건으로 고수하고 있어, 라이 총통이 제시한 대화 제안이 실질적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양안 관계를 둘러싼 긴장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