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중심 서사'의 확장... 한국영화감독조합, '벡델초이스10' 발표

2025-08-07 11:57
 한국영화감독조합(DGK)이 5일 성평등 기준을 충족한 한국영화 '벡델초이스10'을 발표했다. 올해부터는 확장된 평가 기준인 '벡델 테스트 7'을 도입해 영화 속 여성과 소수자 재현의 질적 수준을 다각도로 평가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벡델 테스트'는 1985년 미국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성평등 지표로, 원래는 △이름 있는 여성 캐릭터 2명 이상 등장 △이들 간 대화 존재 △그 대화의 주제가 남성이 아닐 것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DGK는 여기에 △여성 중심 제작진 참여 △여성 단독 주연 또는 남녀 동등 비중 △소수자 혐오·차별 배제 △여성 고정관념 탈피라는 네 가지 항목을 추가해 '벡델 테스트 7'로 평가 체계를 확대했다.

 

올해 심사 대상은 2024년 6월부터 2025년 5월까지 극장 또는 OTT를 통해 공개된 총 125편의 장편 극영화였다. 최종 선정된 10편은 △검은 수녀들(권혁재) △그녀에게(이상철) △딸에 대하여(이미랑) △럭키, 아파트(강유가람) △리볼버(오승욱) △빅토리(박범수) △최소한의 선의(김현정) △파과(민규동) △하이파이브(강형철) △한국이 싫어서(장건재)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선정작 10편 중 7편이 남성 감독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여성 감독은 이미랑, 강유가람, 김현정 3명에 불과했다. 남성 감독들의 작품 중 일부는 장르 전복을 통해 여성 중심 서사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검은 수녀들'은 전통적으로 남성 중심이던 퇴마 장르에서 수녀를 중심 인물로 설정했으며, '리볼버'와 '파과'는 여성 인물을 주축으로 한 누아르 장르로 분류됐다. '하이파이브'는 청소년 여성 캐릭터를 슈퍼히어로로 설정한 액션물이다.

 


독립영화에서는 여성 중심 서사와 소수자 재현이 두드러졌다. '그녀에게'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어머니의 삶을 통해 경력단절 문제를 다뤘고, '한국이 싫어서'는 젊은 여성의 시선에서 일상 속 차별을 묘사했다. '럭키, 아파트'는 성소수자 혐오 문제를 현실 기반의 스릴러 장르로 표현했다.

 

여성 간 연대를 다룬 작품도 다수 포함됐다. '딸에 대하여'는 레즈비언 딸과 엄마의 관계, '최소한의 선의'는 여성 사제 간의 교감, '빅토리'는 청소년 여성들의 우정을 주제로 삼았다. 심사위원단은 "여성 캐릭터 간의 상호작용이 서사의 입체성을 높였다"고 평가했다.

 

이화정 벡델데이 2025 프로그래머는 남성 감독이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한 작품이 증가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여성 감독의 상업영화 진입이 여전히 가로막혀 있다는 점을 한국 영화계의 당면 과제로 지적했다.

 

한국영화진흥위원회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개봉한 한국영화 182편 중 여성 핵심 창작인력 비율은 △감독 24.0% △제작자 25.6% △프로듀서 35.0% △주연 48.1% △각본가 34.7% △촬영감독 8.9%로 나타났다. 또한 2024년 흥행 상위 30위 영화 중 벡델 테스트를 통과한 비율은 59.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여성 캐릭터의 다층성 측면에서는 절반가량이 여전히 고정된 이미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DGK는 오는 9월 6일부터 7일까지 서울 광진구 KU시네마테크에서 '벡델 데이 2025'를 개최하며, 행사 기간 동안 영화 부문과 시리즈 부문 심사 결과가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