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 대체 몇 번을 말했길래…트럼프, 왕세자비 옆자리 앉아 '폭풍 칭찬'
2025-09-19 17:28
가장 먼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단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캐서린 왕세자비의 자리였다. 테이블 중앙, 찰스 3세 국왕의 반대편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모습은 만찬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왕세자비를 향해 연신 "아름답다"는 찬사를 보냈고, 왕세자비 역시 밝은 표정으로 화답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는 양국의 굳건한 동맹과 표면적인 우호 관계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되지만, 그 이면에 숨겨진 각 자리의 속내는 훨씬 더 복잡한 역학 관계를 드러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녀 티파니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배치였다. 트럼프의 첫 집권기 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던 두 사람은 최근 강경한 관세 정책과 애플의 생산 거점 이전 문제로 '불화설'에 휩싸인 바 있다. 트럼프가 직접 "쿡과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언급할 정도로 냉랭했던 기류 속에서, 그의 딸 바로 옆에 쿡을 앉힌 것은 명백한 '화해의 제스처'로 읽힌다. 이는 불편해진 관계를 개선하고 다시금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는 백악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전략적인 자리 배치의 전형을 보여준다.

반면, 만찬장에는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배치도 존재했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의 등장은 그 자체로 의외라는 평가를 낳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문제 삼아 머독과 그의 회사를 상대로 무려 100억 달러(약 14조 원) 규모의 소송을 진행 중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소송 상대방을 국빈만찬이라는 최고 예우의 자리에 초청한 것은 언뜻 이해하기 힘든 행보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두 거물 사이의 복잡한 애증 관계와 여전히 서로를 외면할 수 없는 정치적 영향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했다. 머독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비서실장 옆에 앉은 것 또한 또 다른 정치적 셈법이 작용했음을 시사한다.
이처럼 윈저성의 만찬은 단순한 친목 도모를 넘어, 좌석 배치라는 '소리 없는 언어'를 통해 동맹을 과시하고, 갈등을 봉합하며, 때로는 미묘한 긴장 관계를 드러내는 치열한 외교의 현장이었다. 커밀라 왕비와 오랜 친분을 자랑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동석처럼 과거의 인연을 챙기는 섬세함부터, 소송 중인 '원수'를 초대하는 대담함까지, 160명의 귀빈이 채운 좌석표는 한 편의 잘 짜인 각본처럼 미국과 영국,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세계의 복잡한 권력 지도를 남김없이 펼쳐 보였다.